전세 끼고 집 팔 때 보증금 승계|매도인·법인 임차인 주의사항

전세가 들어 있는 집을 매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매매가격이 5억 원이고 전세보증금이 3억 원이라면 매수인이 보증금 반환의무를 넘겨받는 것을 전제로 실제 잔금에서는 2억 원 정도만 정산하는 방식이다.

매매계약서에도 보통 다음과 비슷한 특약을 넣는다.

“현 임대차계약 및 임대차보증금은 매수인이 승계한다.”

그렇다면 이 문구가 들어가 있으면 매도인의 보증금 반환 책임은 완전히 끝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 이유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개인 임차인인지 법인 임차인인지,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법률관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세 끼고 집 팔 때 보증금 승계와 매도인 책임
전세 등 끼고 매매할 때 주의해야 할 것

결론부터: 개인 임차인과 법인 임차인은 다르게 봐야 한다

가장 먼저 구분할 것은 임차인의 유형이다.

대항력 있는 개인 임차인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집이 양도되면, 원칙적으로 새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자동으로 승계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이를 법률상 당연승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새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채무를 넘겨받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종전 집주인은 임대차관계에서 벗어나 보증금 반환채무도 면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대항력 있는 일반 개인 임차인의 경우 임대인 지위승계를 위해 세입자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단순히

“세입자에게 동의를 받지 않으면 매도인이 계속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진다”

라고 설명하면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임차인이 새 집주인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동승계에도 예외가 있다.

대법원은 임차인 보호라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고려해, 임차인이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주택 양도 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여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경우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소멸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법에는 여기서 말하는 '상당한 기간'을 7일이나 30일처럼 구체적인 날짜로 정해놓지 않았다.

또 단순히 과거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소유자에 대한 임대인 지위승계를 거부했다고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임차인이 언제 양도 사실을 알았는지, 이후 누구를 임대인으로 인정했는지, 보증금 반환을 누구에게 요구했는지 등 실제 행동을 함께 살펴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매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고 그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더 주의해야 하는 경우: 임차인이 법인이라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지는 것이 법인 임차인이다.

법인은 사람처럼 자신의 명의로 주민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개인 임차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은 2024년 판결에서 주택의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임대인 자동승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다시 확인했다.

따라서 매도인과 매수인이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다”

고 약정하고 보증금만큼을 매매대금에서 제외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기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면책적 채무인수다.

매수인이 기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완전히 넘겨받고 기존 집주인이 책임에서 빠지려면, 자동승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인 임차인의 승낙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임차인의 승낙이 반드시 별도의 형식적인 계약서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임차인의 행동 몇 가지를 근거로

“임차인이 기존 집주인을 면책시키는 데 동의했다”

고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그래서 법인 임차인이 있는 주택을 매도한다면 구두 확인이나 단순한 매매계약 특약에 의존하는 것보다 임차인을 포함한 별도의 서면 확인 절차를 두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법인 임차인이면 무조건 보호를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의해야 한다.

법인 임차인이라고 해서 모두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외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하고,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실제로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대항력이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도 2023년 판결에서 이러한 요건을 확인했다.

다만 주식회사의 경우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은 이 규정에서 말하는 '직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한 전세임대사업을 수행하는 일정한 법인 등에도 별도의 예외 규정이 존재한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단순히 계약서의 임차인란에 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이니까 자동승계가 안 된다”

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확정일자가 있으면 자동승계되는 것일까?

이 부분도 많이 혼동한다.

일반적인 주택임대차에서 대항력의 기본 요건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이다.

확정일자는 주로 임차주택이 경매나 공매 등으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과 관련된다.

따라서 임대인 지위승계 문제를 검토할 때는 단순히

“확정일자가 있다”

는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입주와 주민등록 등 대항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보증금 승계까지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중개사가 거래에 참여했다고 해서 이러한 법률관계까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2024년 9월 12일 선고한 2024다239364 판결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부동산 매수인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했을 때 이것이

  • 면책적 채무인수인지

  • 병존적 채무인수인지

  • 단순한 이행인수인지

판단하려면 임차인의 대항력, 계약 당사자의 의사, 임차인의 명시적·묵시적 동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은 단순한 부동산 중개행위를 넘어서는 법률적 분석의 영역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인중개사에게 그 법적 성격까지 분석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공인중개사는 아무 책임이 없다”

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의 상태와 권리관계 등에 대해 성실하고 정확하게 확인·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중요한 사실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법에서 정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하면 별도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핵심은 공인중개사의 사실 확인·설명의무와 변호사가 수행하는 법률판단의 영역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 끼고 집을 팔기 전 매도인이 확인할 5가지

1. 임차인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먼저 확인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다.

특히 회사가 직원 숙소용으로 계약한 경우라면 법인의 종류와 실제 거주 직원, 주민등록 상태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 임차인의 대항요건을 확인한다

개인 임차인의 경우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여부가 핵심이다.

법인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인정하는 예외적인 대항력 취득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별도로 살펴야 한다.

3. 자동승계 여부와 임차인 동의 필요성을 구분한다

대항력 있는 일반 개인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법률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가 자동 승계되므로 임차인의 동의가 승계의 필수조건은 아니다.

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자동승계가 적용되지 않는 법인 임차인 등의 경우에는 매도인을 보증금 반환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기 위해 임차인의 승낙이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한

“새 집주인으로 변경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도의 표현보다, 기존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가 매수인에게 이전되고 기존 임대인이 그 채무에서 면책되는 것에 임차인이 동의한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구체적인 문구는 거래 규모가 크다면 변호사에게 검토받는 것이 좋다.

4. 매매 사실을 서면으로 알리고 기록을 남긴다

자동승계가 적용되는 일반 개인 임차인의 경우에도 매도 사실을 알려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유리하다.

매수인의 이름과 연락처, 소유권 이전 예정일 등을 알려주고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등 확인 가능한 형태로 기록을 남겨두면 이후 임차인이 언제 소유권 변경 사실을 알았는지에 관한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통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 지위승계를 발생시키는 법적 요건인 것은 아니다.

5. 보증보험과 별도 약정을 확인한다

임차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나 전세금보장보험 등에 가입했다면 소유자 변경 시 필요한 신고나 계약 변경 절차가 있는지도 해당 보증기관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매매계약서에는 최소한 기존 임대차의 보증금, 계약기간, 임차인, 보증금 승계 여부 등을 명확하게 적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법인 임차인처럼 자동승계 여부가 불명확하다면 잔금 지급 전에 필요한 동의와 서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조건도 검토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전세 끼고 집을 팔려면 세입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나요?

대항요건을 갖춘 일반 개인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렇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법률상 승계한다.

다만 임차인은 양도 사실을 안 뒤 상당한 기간 내에 승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매매 사실을 명확하게 알리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법인 임차인이면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 의무가 자동으로 넘어가나요?

항상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인 법인 임차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자동승계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중소기업이 직원 주거용으로 임차하고 법에서 정한 대항요건을 갖춘 경우 등에는 예외가 있으므로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

매매계약서에 '보증금 승계'라고 쓰면 충분한가요?

자동승계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것만으로 기존 집주인이 반드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보증금 승계를 약정했더라도 기존 임대인을 완전히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되려면 임차인의 승낙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세입자가 매매 후에도 기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나요?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양도 사실을 안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임대인 지위승계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나, 법인 임차인처럼 법률상 자동승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책임이 남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이런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그 사실만으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채무인수의 법적 성격을 분석해 설명하는 것까지 공인중개사의 일반적인 의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인중개사에게는 별도의 확인·설명의무가 있으므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거나 법에서 정한 확인·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핵심 정리

전세가 낀 집을 매도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단순히 보증금 액수가 큰 것이 아니다.

임차인의 법적 지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모든 전세 승계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대항력 있는 개인 임차인이라면 새 소유자가 임대인의 지위를 자동 승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법인 임차인이거나 대항력·자동승계 여부가 불명확하다면 매매계약서에 '보증금 승계'라는 특약을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존 임대인이 반드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도할 때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은 누구인가.

대항력이 있는가.

이 거래에서 임대인의 지위가 법률상 자동으로 승계되는가.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한 뒤 매매계약과 임차인 통지 또는 필요한 동의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보증금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참고 법령·판례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 대법원 2001다64615 판결

  • 대법원 2021다251929 판결

  • 대법원 2023다226866 판결

  • 대법원 2024다239364 판결

  • 대법원 2024다249378 판결

본 글은 2026년 8월 20일 기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임차인의 대항력, 법인의 유형, 실제 점유·주민등록 상태, 매매 및 임대차계약의 특약, 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의 임대차보증금이 걸린 거래나 법인 임차인이 포함된 거래에서는 잔금 지급이나 계약 체결 전에 부동산 전문 변호사 등에게 개별 계약관계를 검토받는 것이 안전합니다.